사랑하는 목사님!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는
내 상활을 하나님께 토로하며 쓴 '하나님 전상서'.
제발, 공부만 시켜달라는 마음을 담아,
돈이 없어 우표도 붙이지 못한 채 우체통에 그대로 넣어버렸죠.
그런데 그 편지가 목사님께 전달됐을 줄이야,
목사님은 어린 나를 주님의 사랑으로 품으시고,
저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목사님은 일생 동안 새벽에 일어나시어
냉수마찰을 하신 후,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지요.
시내산에 엎드린 모세처럼 목사님은 새벽마다
그 산에서 엎드려 기도하면서 주님의 얼굴을 뵙고
주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셨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하늘의 영감을 얻으신
목사님의 설교를 통하여 하늘의 생수를 마실 수 있는 기쁨과 감격을 누렸습니다.
사랑하는 목사님! 목사님은 36년 동안 해남읍교회를 섬기셨지요.
설교와 말은 사라질지라도 하늘의 빛 속에서 살다 가신
설교자의 인격은 영원히 살아있다고 하셨지요.
목사님께서 손수 붓으로 쓰셔서 일생 동안 서재에 걸어두시고 바라보신
<참> 이라는 그 글자는 목사님의 인격을 형성 하였습니다.
목사님의 인격에서 은은히 흘러나온 <참>은
거짓과 위선, 탐욕과 음모가 물결치던 시대의 물결들 거슬러
샘물처럼 솟아나는 삼애정신(愛神, 愛隣,愛土)을 해남에 실현시켜 나갔습니다.
복음의 빛이 흐려지고 영적으로 침체된
이러한 시대에 목사님과 같은 깊은 영성을 지닌 새벽의 사람,
<참>의 사람이 그리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60년대에 학창시절에 풀려지지 않는
인생문제와 미래에 대한 염려로 깊이 고뇌하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영양부족으로 인하여 심한
뇌신경 쇠약에 걸려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깨딜듯 아팠고
심장은 헐떡거렸고, 몸이 무거워서 걸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마음에 쌓인 한과 인생의 막힌 문제를 풀 수도 없어서
자주 목사님을 찾아가서 상담을 하였던 것을 기억하실는지요.
그때마다 목사님께서도 청소년 시절에 신경쇠약과 위장병으로 고생하신 것과
혹독한 시련들을 극복하신 과정을 떠올리시면서
믿음과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저를 격려하여 주시곤 하였지요.
사랑하는 사모님! 방학 때에 제가 사택에 들리면,
좋은 옷을 사주시고, 진수성찬으로 저를 대접하여 주셨습니다.
저녁엔 깨끗이 정리된 이부자리를 펴주시면서
편안하게 잠을 자도록 배려하여 주셨습니다.
잘 지낸 후 작별 인사를 드릴 때마다 사모님은
숨겨놓으신 많은 비자금으로 선물을 주시곤 하셨습니다.
저의 손을 붙들고 진심으로 기뻐하시면서 의에 대하여
사자처럼 담대하라고 당부하시던
사모님의 결의에 찬 얼굴과 하늘의 빛을 담고 계시던
사모님의 선한 눈이 이 감사의 계절에 더 그립습니다.
제가 스위스 바젤대학에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하고 구두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때 사모님은 제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선물을 바젤로 보내주셨습니다.
그 선물은 학위논문을 지도하신 교수님을 위한
값진 넥타이와 교수님의 부인을 위한 최고급의 비단 옷감이었습니다.
친부모도 그렇게 자상하게 자식을 위하기 어려울 터인데,
하물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저에 대한
사모님의 그윽한 배려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목사님! 사모님! 목사님과 사모님의 사랑과 관심은 살아계신 때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계시면서도 항상 저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디에 있든지 두 분 중에 한 분이라도 꿈에 뵈면
저는 다음날에 반드시 놀라운 선물을 받거나 특별한 음식을 제공받고 있습니다.
제가 힘겨운 학창생활을 할 때나, 힘든 군대 근무를 할 때나,
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도 꿈에 목사님이나 사모님을 뵈면,
다음날에는 반드시 제게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저의 삶에 신기하고 놀라운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믿음의 선한 싸움에서 승리하시고 영광의 나라에서
주님과 함게 사신 이후로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천국의 기쁨에 취하셔서 저를 잊으신 것인지,
꿈길에 저를 찾아 오시는 것이 좀 뜸해졌습니다.
죄송하지만 두 분께서 살아계시던 때처럼
저를 좀 자주 꿈길에 방문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저의 삶도 빛을 품으면서 향상하게 될 것이고, 풍성하여질 것입니다.
목사님! 생명과 빛을 품고 있던 목사님의 은성이 더욱 듣고 싶은 계절입니다.
사모님! 하늘의 자비를 그윽하게 담으셨던 사모님의 눈빛이 그리워집니다.
더 이상 뵈올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늘나라에서 새롭게 뵈올 때까지 주님의 품속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 오영석(전 한신대학교 총장님)님의 글 -
I can do it! Because GOD is with me!
"나는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 보자!